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상대방 고통에 귀 기울일 때 내 안의 화 가라앉아" 부산 찾은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




세계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88) 스님이 부산을 찾았다. 세계적인 명상수행공동체 프랑스 플럼 빌리지를 이끄는 스님은 10여 년 전 국내에 출간한 '화(원제 anger)'의 저자이면서 걷기 명상가로 유명하다.

스님은 10일 오후 부산 범어사 대웅전 앞 특별법석에서 봉행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 초청법회에서 '힐링, 상생, 행복'을 주제로 두 시간에 걸쳐 법문했다. 통역은 혜민 스님이 맡았다.

이날 오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불자 1만여 명은 부산 지역 대덕 스님들과 함께 대웅전 앞과 성보박물관 앞 임시좌석을 꽉 채웠다.

갈 색 법사복을 입은 틱낫한 스님은 본격적인 법문에 앞서 "마음 챙김의 호흡을 견지할 것"을 주문하며 명상에 들었다. 스님은 플럼 빌리지에서 온 법사단과 함께 30여 분간 관세음보살 찬가를 염송하며 자애로움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평화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평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평화를 어떻게 이루는지를 돕는다." 속삭이듯 이야기하는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이 어 스님은 '내 안에 쌓인 화와 분노 등을 고요한 상태로 가라앉히는 방법'에 대한 말씀을 이어갔다. "만약 우리 주변 사람, 즉 남편 자식 등에게 화나 짜증을 낸다면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다. 나 자신도 그런 감정이 올라오면 어떻게 화해하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를 잊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런 감정을 고요히 가라앉혀서 원래 깨끗한 본모습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 님은 상대방의 고통과 아픔을 자비로운 마음으로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스님은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하는 6일짜리 단기 안거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심리적 장애 문제 등을 풀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자애로움을 키우는 수행법'을 통해 실제 플럼 빌리지로 초대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인의 화해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우리의 많은 고통은 나 스스로에 대한 많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주변에 있는 남편, 아내, 아이들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 우선 내 안의 고통, 아픔에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상대의 고통과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했을 때 내 안의 화와 분노도 가라앉힐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치유'의 길이라고 한다.

스님은 그리고 이런 말을 던졌다.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을 믿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처럼, 관세음보살님처럼 자애로운 마음을 갖고 나와 상대방에 대한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다."

이 날 스님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말씀도 잊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적대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스스로 불안과 공포를 느껴서이다. 그런 북한의 행동에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우리 안의 자애로운 마음을 일으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님은 특히 스님들과 재가불자 리더들이 평화를 기원하는 한 달간의 공동 안거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불교 지도자들이 북한과의 평화를 위해 자애로운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수행한다면 통찰력이 생기게 되고 실질적인 변화도 가능하다. 9월 27일 부산에서 열릴 한반도 평화대회에서 한 달간의 안거 수행결과를 바탕으로 평화를 위한 불교적인 대안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은 법회에 앞서 "틱낫한 스님을 통해 이 시대 한반도의 평화를 함께 모색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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